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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쌍벌제는 정의로운 분배정의로 가는 신호탄?

시론 쌍벌제는 정의로운 분배정의로 가는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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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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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광무(충청북도의사회 기획이사)
쌍벌제가 도입되기 전에도 이미 불법 리베이트는 대폭 줄어들고 있었다. 올 4월부터 시작된 공정거래규약은 더욱 이를 투명화, 명료화하는 사회규범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타 경제영역과 형평성에서 어긋나는 쌍벌제가 압도적인 지지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쌍벌제 도입에 따른 파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건강보험은 거의 세금에 버금가는 공적재원이다. 공급자-소비자간의 냉정한 계약 정신은 온데간데 없고 다양한 사회적 기능(소득재분배·상호부조·사회적 안전망 등)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사익추구는 악이며 공익은 선이다.

따라서 국가의 결정은 항상 옳고 좋다"라는 한민족 특유의 공동체주의적인 습성과 사고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당연지정제·전국민의료보험가입은 사회적 반발도 거의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나아가 일방적인 수가계약, 밀실 약가결정도 합리화된 것이다.

즉 국가의 온정적 간섭주의를 비판없이 받아드린 결과다. 그러나 이런 국가주도의 공적의료보험은 순기능을 넘어서 이제는 역기능이 도처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재정압박은 물론 도덕적 해이도 극에 달했다.

공적재원 분배에서 가장 먼저 지켜야할 원칙은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배려다. 최소한 원가이상의 서비스료는 보장해야 했다. 하지만 의사는 가진 자, 배운 자이므로 한없는 사회적 책임과 양보를 요구받았다. 처음 의료보험 도입시 턱없이 낮은 원가이하의 의료수가는 이렇게 출발했다.

동시에 높은 도덕률도 강조되었다. 의사들의 손발을 묶은 것이다. 이후 물가상승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료수가는 당연한 듯 넘어갔고 소비자를 위한 보장성강화는 마치 사회정의인양 일방적으로 강조되었고 확대되었다. 원가이하의 의료수가는 항상 후차순이었다.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한편 외부사회도 빠른 변화가 있었다. 민주화 열풍으로 과거 사회적 약자로 취급받던 공직자· 노동자들은 이제 기득권층이 되었고 자영업자인 의사직은 역차별 상태로 전락했다. 권리는 갈수록 줄고 책임과 의무만이 강요되는 거의 노예수준으로 추락된 것이다.

국내 제약사도 공적의료보험재정을 둘러싼 이익집단이었다. 낙후된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 그들은 처음부터 원가이상의 약가가 주어졌다. 경쟁도 별로 없었고 많은 이윤을 창출했다. 그러나 그 많은 이윤 가운데 상당부분은 불공정 경쟁방법의 하나인 불법 리베이트로 혹은 대정부 로비 자금으로 흘러갔다.

강력한 카르텔 형성으로 약가인하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신약개발이나 R&D투자 보다 복제약 시장에만 의존했다. 약가결정구조의 투명성·합리성 제고는 아예 묻어두고 밀실 합의로 제약사의 이윤추구에만 몰두한 것이다.

정부는 늘어나는 보험재정 압박으로 더 이상 이를 방관할 수가 없어 개혁의 칼날을 드리댄 것이다. 점진적인 약가인하와 국내 제약사의 구조조정을 위해 저가구매인센티브제를 도입했으나 강력한 로비단체인 제약사는 이에 반발, 사라져 가는 불법 리베이트까지 물고 들어간 것이다.

사실 약가결정구조를 개선하면 될 것을 전혀 필요없었던 쌍벌제까지 급조한 것이다. 즉 쌍벌제라는 상징적인 과잉입법을 통해 불법 리베이트의 실상을 부풀렸고 제약사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사집단의 부도덕성으로 눈을 돌리게 한 것이다. 의사들이 치욕을 느끼고 분통한 이유다.

자신들의 안전한 보호처인 불합리한 약가결정구조는 아직도 철저히 은폐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제약사들의 이런 도덕적 해이와 얄팍한 상술을 지적해야 한다. 그동안의 약가결정과정 및 구조에 대한 감사청구가 절실하다고 본다.

쌍벌제 도입으로 감독자인 정부, 소비자인 환자, 관리자인 공단, 공급자인 의사들은 서로간의 부채의식이 상당부분 사라진 셈이다. 이젠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공급자-소비자간의 공정계약으로 가야 한다. 정부나 공단은 자본·노력·위험도·투여시간·성과·사회적 기여도 등에 입각한 공정한 분배정의를 지켜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런 최소한의 분배원칙조차 무시하면서 획일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결정이 많았다. 분배정의에서 의사직과 약사직이 완전히 역전된 것은 가장 먼저 시정되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가 선택분업이다. 향후 공적의료보험재정을 둘러싼 모든 이해집단은 공정한 분배원칙을 지켜야 한다.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쌍벌제 도입은 제약사와 약사집단의 로비로 급조된 것이며 행정의 일관성을 상실했다. 보건복지부에 행정소송과 더불어 감사청구를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장기적인 계획으로 정의로운 의료제도 및 공정한 계약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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